
뮤지컬<빨래> 를 봤다.
이전 포스팅에도 썼듯이 한번 더 볼것이라고 했는데,
결국 12월 9일, 저녁공연을 보았다.
이전보다 나영이 좀 지쳐보였지만 (하긴 원톱이니까),
그래도 역시나 괜찮은 공연이었다.
~* 줄거리 ~*
남자주인공 솔롱고는 몽골에서 온 청년.
여자주인공 나영은 시골에서 올라와 서점에서 일하는 27살 여자.
이 둘이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뮤지컬은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이 시대의 한 면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지독히도 잘 보여주고 있다.
솔롱고는 불법체류자인 외국인 노동자,
나영은 최저임금을 받고 살아가는 서점에서 일하는 점원,
나영의 집주인 할머니는 장애인 딸 둘이(딸이 40대)의 기저귀를 빨며 살아가고,
나영의 옆집 아줌마인 희정엄마는 동대문에서 옷장사하는 과부,
그리고 나영이 사는 달동네에 많이 있는, 고향을 떠나 온 노동자들..
삶에 희망이란 무엇일까.
내일은 오늘과 달라질것이라는게 희망?
오늘 살고 있는 삶에 최선을 다하지만 과연 달라질까?
나오면서 OST 샀다.
재미있게 본 뮤지컬의 OST를 사는 재미도 솔솔하다.
내가 좋아하는 낫심이 부르는
2. <나 한국 말 다 알아.>
가사는 다음과 같다.
" 나 한국말 다 알아. ( 아파요 . 돈 줘요. 때리지 마세요.)
나 한국말 다 알아 .(빨리빨리 이자식 저자식 개새끼 씹새끼)
내 이름은 낫심인데 ( 뭐? 야! 임마! 야! 이새꺄!)
내 이름은 낫심인데 나더러 불법사람이라고.
아침부터 욕하기 싫은데, 배운게 욕이네.*2
나 한국말 다 알아
반말하지 마세요.욕하지 마세요.못된 말 하지마세요. "
부끄러운 면이 아닌가.
사회전반에 흐르고 있는 아시아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편견,
유럽 혹은 미국인이 한국에서 일하는 것과 아시아인이 한국에서 일하는 것과,
과연 편견없이 똑같은 눈으로 본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다니던 대학의 베트남 국비유학생은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 아밀, 나는 한국말은 할 수 없어도 들으면 무슨말하는지는 알아.
한국인은 내가 이해못할거라고 생각하고 내가 어떻게 생겼네, 이러면서 욕도 하고 나쁜 말도 하지만 나는 다 알아."
그냥 미안하다고 했다. 어찌되었건 그에겐 난 그의 친구이기도 한 동시에 '한국인'이기에.
내가 미안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참 미안하고 씁쓸했다.
나 역시 '한국인'이기때문에 차별받은 적도 있고 무조건적인 적대감을 느껴본적도 있으니까.
어찌되었건 <빨래>에서 보여준 우리의 자화상,
입이 씁쓸했다.
할머니가 부르는 8
. <내 딸 둘이>
" 지겨운 기저귀 벌써 40년째여
마음이 다 타도록 기저귀 신세를 못면헌 내 딸 둘아.
너도 건너방 처자처럼 알록다록 치마도 입고 구두도 싶고 싶겄지.
내 딸 둘아.
너도 희정엄마처럼 남자 만나 아이 낳고 아옹다옹 살고 싶겄지.
그러나 어쩔꺼냐.
이것이 인생인것을.
얼룩같은 슬픔일랑 빨아서 헹궈버리자.
먼지같은 걱정일랑 털어서 날려버리자.
니가 살아있응게 빨래를 하는것이제.
내가 아직 살아있응게 빨래를 하는 것이제.
이것이 살아있다는 증거잉게,
암시랑도 안허다."
그래
결국 희망을 가지는 것도, 사랑을 하는 것도
살아있으니까.
비록 덧없는 희망이라해도,
살아있으니까.
뮤지컬의 끝은 처음과 같이 살아가는 '오늘'을 보여준다.
달라진게 없는 하루지만 '살아갈 힘이 남아있는 한 열심히 살아가는 오늘'
아쉬운건 사실 나영과 솔롱고가 왜 사랑에 빠졌는지는 잘 모르겠다.아하하. ㅡ_ㅡ'
할머니役의 이봉련씨.
이 분, 서점 직원도 겸하는데 노래 참 잘한다.
특히 <내 딸 둘아>들을때 마음이 쫘악. 저 감동먹었어요 ;ㅁ;
낫심役의 정문성씨,
이분에 대한 검색은 많이 없던데 귀엽다. 으하하.
낫심역에 제대로다. 완전 귀여운 낫심. 아아아~ 쓰다보니 또 보고싶다.
역시나 서점직원도 겸하는데 귀엽다. 엉성 직원.
나영役의 엄태리는 2009년 <돈 주앙>에 마리아役으로 캐스팅되었다.
청순하고 순수한 느낌이라 어떤 마리아일지; 궁금하다.
차기작이 궁금했는데 <돈 주앙>..앞으로 더욱 큰 배우가 되기를 ^^
덧붙여서 <빨래>는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시상식' 작사, 극본상 수상.
2009년 공연(2009.04.28 ~ 6.14, 두산아트센터) : 솔롱고役 임창정 캐스팅
사실..솔롱고는 워낙 순하고 착한 캐릭터라 별로..ㅡ_ㅡ; 캐스팅 고를때 솔롱고는 제외다.
누가 해도 괜찮다고나 할까;;
웃음주는건 낫심, 감동주는건 할머니, 뭐 이런 정도인데 임창정의 솔롱고는 궁금하다.
너무 착하기만 한 솔롱고가 아니었으면 좋겠다.아하하!
<빨래>의 다섯번째 공연이 4월부터 있다.
또 봐야하나. T^T
올해는 <돈 주앙>도 봐야하고 <오페라의 유령>도 봐야하고 <노트르담 드 파리>도 봐야하고.. <쓰릴 미>도 봐야하고. T^T 돈 없는데.엉엉.
<돈주앙>은 엄태리씨공연으로 예매하려니까 아직 캐스팅이 나오지않았다.흑흑.
아아아~~ 다시 보고싶다~~~
-2008년 12월 9일 늦은 8시 대학로 -
평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