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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버스로 그전 날 이스탄불에서 출발.
네브쉐흐 버스를 타고 달렸다.

시계가 없어서 휴게소에서 시계를 샀다.
5리라. ..를 깎아서 3리라.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또 0.5리라 지불.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핑크색 바비. 이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스탄불에서 카파도키아까지 약 10시간.
어디를 가고 무엇을 봐야지 하는 구체적 계획도, 정해진 숙소도 없다.
손목에 차여진 , 정확하게 '시간' 을 나타내는 시계만이 유일한 '확실성'을 가지는 '지금'

문득 그 아이가 생각났다.
고등학교 2,3학년 같은 반을 했던, 햐얀 얼굴과 긴다란 팔 다리를 가졌던 아이.
나와 상극을 이루던 아이.

누군가 그 아이는 이성의 결정체, 나는 감성의 결정체라고 하였다.
나는 그때 그때 감정에 충실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성적이면 선생님도 그냥 넘어가기때문에,
보충수업도 몸이 아프다고 자주 빠졌었다.

날이 너무 좋은 날은,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가 이뻤던 날은 무작정 버스타고 달렸던 듯하다.
어떠한 영화를 봐도 그 하늘과 바다만큼 이뻤던 날은 없는 듯.
기억이란게 실제의 그것보다 훨 아름답게 기억된다고 하지만.....

응. 그래.-
정말 이쁜 날들이있다.


그 아이는 나와 달리 절제심이 강했다.
늘 나를 이해한다지만 나와 같은 행동은 못 할 것이라 이야기했다.
나는 그 아이를 친구라 생각하면서도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 아이가 하는 것은 모든 것이 이해가 되면서도 그러나 막상 이해가 되지 않는.
정말 복잡했던 관계였다.


늘 정해진 분량을 공부하고,
정해진 스케줄로 행동하고,
시험이 끝난 날이라고 떡볶이를 먹으러 놀러간다거나 하는 것이 아닌,
또 그날 책을 펴서 보던
늘- 일정하던 아이.

어딘가 간다면
어디에서, 몇시에, 얼마동안, 무엇을- 다 계획하고 가던 아이.

나?
나는..지갑만 가지고 아무 계획 없이.. 그렇게 다녔던 아이.

아마 그 아이라면 내가 이 버스를 타면서 갖는 '불확실성'이 아니라,
숙소며 볼거리며 음식점이며 모든 것에 '확실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겠지.



어느 순간 '불확실성'이런 것이 너무 싫어져서
나는 그 아이처럼 계획성을 가지게 되었다.
하고싶은데로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가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그런데 정말 모든 면에서 그럴까?
그럼 왜 나는 버스에서 'just go 터키'를 뒤적거리고 있지?
원래대로라면 숙소도, 어디 가서 무엇을 볼지도 모두 정해서,
A4용지 2장으로 일정을 요약, 프린트해 가지고온 누군가처럼 나도 그래야하는데...


고등학교 졸업 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 만난 그 아이는 그런 말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별로 보람은 못느꼈다고.
하고싶은 것을 이제서야 조금씩 하고 있다고.

나는 여전히 하고싶은 거 다 하지만 (사실 하고싶은 것도 별로 없다; 아. 다 하는 것도 아니다)
그 때 그 아이의 절제심은 많이 닮으려한다.

여행이란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현재 나의 삶뿐만 아니라, 과거도 돌아보게 되는 듯 하다.
갑자기 그 아이가 생각났으니 말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옆좌석에 앉아있던 여행객이 잠에서 깬 듯 말을 걸었다.
한국인. 여성. 30대 후반. 혼자 여행하고 있는 中-.

혼자 여행을 하면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들은 나와 잘 맞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사람일 수도 있다.
잘 맞지 않을 사람 같으면 빨리 헤어질 것.
사람에게 상냥하고 신뢰하되 다 믿지는 말 것.
 (실제로 인천 공항 출발시 혼자왔던 사람들끼리 잠깐 인사를 했는데, 그 중 한명이 이스탄불에서 현지인이랑 술마시러 갔다가 돈 털리고 거의 몇백 날렸다.-_- 이 이야기는 추후..)

옆에 앉은 여행객-지금은 언니라고 부르며 가끔 연락한다-은
원래 내일 카파도키아 가려고 했는데 일정을 앞당겨져 오늘 간다고 했다.
내일부터 숙소(파라다이스 팬션)를 예약했는데 오늘 가면 숙소가 있을런지 걱정된다-고 했다.

.
.
.
.

" 저랑 같이 더블룸 잡으실래요?"

왠만해서; 먼저 이런 이야기 잘 하지 않지만,
도미토리가 아닌 룸에서 편히 쉬고싶은 마음에 저렇게 물었다.

그리하야,-

그 분과 남은 일정 내내 같이 다녔다.




일단 도착하면 방이 있는지 어쩌고 저쩌고,
투어는 레드랑 그린투어, 로즈벨리 투어가 있다더라 어쩌고 저쩌고,
날씨가 많이 춥다더라 어쩌고 저쩌고,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또 열심히 자다가,

오전 7시에 카파도키아 괴레메에 도착하였다.








아래는 괴레메 도착 10시간 후,
로즈벨리 투어시 찍은 사진.

저 네 명 중 한명이 저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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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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